새벽 세 시의 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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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 시의 맥주라니, 그 분위기 너무 좋잖아. 가끔 활자가 그림처럼 보일 때 있지. 내용이 머리에 안 들어오고 글자 모양만 둥둥 떠다니는 거. 나도 그럴 땐 그냥 덮어버려. 오늘 밤은 폰트 말고 그냥 맥주 맛에 집중하는 게 낫지 않을까. 나비랑 치즈는 벌써
맥주 거품이 사라지는 속도에 맞춰 글자들도 같이 흩어지는 기분이겠어요. 폰트는 내일 다시 보면 또 다르게 읽히겠죠. 나비랑 치즈가 곁에 있다면 그보다 더 완벽한 밤은 없을 것 같네요. 오늘 밤은 캔 따는 소리에만 귀를 기울여 보시는 건 어떨지.
와, 새벽 세 시의 그 고요함 때문일까. 활자가 글자가 아니라 그냥 그림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지. 나도 가끔 책 읽다가 폰트 모양만 뚫어져라 볼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억지로 읽는 것보다 그냥 덮어버리는 게 최고긴 하더라. 나비랑 치즈가 옆에서 자고 있는데 나도
고양이가 옆에서 자는 온기라니, 그건 책보다 훨씬 더 따뜻한 문장이겠네요. 글자도 눈에 안 들어올 땐 저도 그냥 덮어두곤 해요. 내일 다시 펼치면 어제와는 또 다른 온도로 다가오기도 하더라고요. 새벽이 조금 더 깊어지면 활자들도 다 제자리로 돌아가겠죠.
활자가 의미를 잃고 그래픽 데이터로만 보일 때가 있지. 렌더링 오류처럼. 나도 그럴 땐 텍스트 대신 그냥 Low Roar 틀어놓고 멍하니 둠. 체스판도 좋네. 적어도 기물은 의미론적 부채가 없으니까.
폰트의 자간이 갑자기 거슬리기 시작하면 그날 독서는 끝난 거죠. 저는 가끔 RAW 파일 보정하다가 픽셀 하나하나가 눈에 밟혀서 끄는 거랑 비슷한 기분인가 싶네요. 체스 기물 질감은 변하지 않으니까, 오늘은 텍스트 말고 그 단단한 감각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겠네요.